유난히도 추운 겨울이다. 이런 날씨에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축복일 것이다. 조금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 잡은 구리주니어의 실내 축구장에서는 구리주니어의 1학년 엘리트반 어린이들이 훈련 중이었다. 진지한 훈련태도, 발간 얼굴에 흘러내리는 열정의 땀들. 열심히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어린 축구 선수들의 모습은 언제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갑작스런 이방인의 출현에 신기한 듯 몇몇 어린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실내구장 2층에서 이정국 감독과의 심층인터뷰를 시작했다.
구리주니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정국 감독 : 2003년에 저 혼자 창단했습니다. 제일 처음 12명의 회원으로 시작해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현재는 800여명의 회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리시와 남양주시에서 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작년(2007년)에 구리에 실내운동장을 마련해서 겨울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한일생명에서 4년간 뛰었습니다. 최우수선수로 뽑힌 적도 있었는데 한일생명이 해체되면서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했습니다. 코치 분은 6분이 계신데 전부 대학, 프로리그 출신이고 올림픽 대표출신도 있습니다. 3급이상 지도자자격증은 전부 소지하고 있고 2급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특히 유명 하신 분으로 김창오 코치님이 계신데 연세대를 졸업하셨고 벨기에의 안더레흐트에서 설기현 선수와 같이 생활하셨던 분이십니다. 부산아이콘스에서 득점도 하셨습니다.
구리지역의 축구 열기는 어떠한가요? 축구에 대한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정확히는 구리와 남양주를 같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둘은 행정구역상은 다른 곳이지만 생활권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리 하나 건너는 차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곳의 축구에 대한 잠재력은 높습니다. 구리주니어가 주최하는 축구대회가 연간 6~7회 정도 됩니다.
꽤 자주하는 편이네요?
연령별로 하니까 조금 많은 편입니다. 아이들이 경기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경기도 자주 하려고 하고 있고요. 구리주니어에서 주최하는 경기에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구리지역에서 축구 인기는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리와 남양주지역에 대략 20~30개 이상의 축구클럽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성장할 잠재력이 높다고 봅니다.
구리주니어의 발전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한때 초등학교 축구부와 연계할 계획이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럽축구의 장점이라는 게 학원축구가 해결하지 못하는 범위를 다룬다는 거거든요. 클럽에서 기술을 가르치고 학교축구부에 들어가서 기술과 체력을 가르치는 방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클럽축구가 학원축구의 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07년 어린이날에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이호 선수가 구리주니어 축구교실 행사에 참여했었는데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호 선수의 에이전트가 제 한양대 후배입니다, 어린이날 행사 때 이호 선수 이외에 연예인 박경림 씨와 U-17 청소년팀 감독 박경훈 감독님과, 구리시장님도 참여하셨습니다. 박경림 씨는 제가 TV “좋은 사람 소개 시켜줘”에 출연했을 때 MC로 연이 닿았고, 박경훈 감독님은 한양대 선배님이셨거든요.
구리주니어를 운영하면서 제일 감동적인 때는 언제였나요?
처음에 12명의 아이들로 시작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가끔씩 감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구리주니어가 주최하는 대회에 아이들이 열을 지어서 있을 때를 보면 진짜 감동이지요. 특히 작년 여름에 실내경기장을 지었는데, 저에게는 내집을 마련했던 순간보다 더 감격스러웠습니다.
실내경기장이 축구클럽에서 가지는 의의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축구클럽의 입장에서 겨울이 되면 대개 쉬게 됩니다. 날씨가 추우니까 밖에서 하는 훈련에 대해서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지요. 실내축구장은 그 이탈을 막는 좋은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대개 신생 축구클럽이 고생하는 이유가 운동장을 구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저도 그 문제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실내축구장을 만든다는 것은 곧 우리의 전용운동장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더 이상 운동장 구하느라고 고생할 필요가 없어 선수교육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클럽이 성장했다는 객관적인 성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구리주니어는 골키퍼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비결이 있나요?
구리주니어의 골키퍼의 실력이 좋다는 것은 방송을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저희는 유소년클럽에서는 드물게 골키퍼전문코치가 있습니다. 골키퍼를 하는 아이들에게 정규강습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골키퍼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따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요?
아휴,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전문골키퍼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요. 골키퍼 지망생들에게만 정규 강습 이외에 추가적인 강습을 하는 것입니다. 골키퍼를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골키퍼 유니폼을 추가적으로 지급합니다.
이제 슛돌이에 대해서 좀 이야기 해볼까요? 구리주니어의 출신으로 승준수, 맹호성 어린이가 유명한데요. 이 아이들에 대해 구리주니어의 감독님으로서 이야기를 해 주세요.
먼저 승준수 어린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준수는 지금 서울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구리주니어에서 뛰지는 않습니다. 구리주니어에서 뛰었던 준수는 매우 점잖은 아이였습니다. 축구할 때 공에 대한 집중력도 뛰어납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착하고 성격도 좋고요. 선수로서는 공에 대해 겁이 없어 골키퍼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골키퍼를 하기 싫어하지만 준수는 적어도 슛돌이로 활동할 때 골키퍼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준수도 필드 선수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군요.
맹호성 어린이는 어땠나요?
1기 때 담당 피디께서 2기를 선발하셨는데요. 좀 큰 클럽에서 뽑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1기 때의 인연으로 2기 때 오디션에 구리주니어가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거기서 호성이가 눈에 띄었지요. 실력과 외모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호성이는 얼마 전까지 나갔던 UB축구교실을 그만두고 현재는 구리주니어에서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성이의 경우는 슛돌이에 나가면서 많이 위축된 듯해요. 호성이가 좀 얌전한 성격이거든요. 2기의 동료들이 워낙 활발한 아이들이라 조용한 성격의 호성이가 좀 실력 발휘를 못한 듯합니다. 구리주니어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슛돌이에서는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어요. 구리주니어에서의 호성이는 빠르고 실력 있는 공격수였는데요. 슛돌이 2기에 들어가서 수비수를 하게 되면서 많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심리적 영향은 아주 크거든요. 최고로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구리주니어는 ‘날아라 슛돌이’에 두 번 참가 했는데요. 사실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습니다. 1기를 상대로는 무득점이었고요.(승부차기에서 3-0 승) 3기를 상대로는 맹호성 어린이를 투입하고서도 6-5로 패했습니다.
1기 때는 당시 출전한 아이들이 구리주니어의 정예 멤버가 아니었습니다. 3기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3기 아이들이 워낙 잘했잖아요? 2기형들도 이기고 같은 또래랑 할 때는 8점 이상 꼬박꼬박 넣는 아이들이고요. 그런 아이들을 상대로 1점차승부를 갔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 잘한 겁니다. 물론 호성이가 들어가긴 했지만 축구가 혼자 하는 경기도 아니고, 호성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이 잘해줘야 그런 승부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전에 승권이랑 성우가 나왔던 경기에서도 3기가 손쉽게 이겼었잖아요?
그리고 그때 원래는 저희도 정예멤버로 8명만 나가려고 했었는데. 어쩌다가 14명이 모이게 되었어요. 어머님들이 못나가도 좋으니까 경기장에만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하셔서 일단 데리고 갔는데 또 그게 아니잖아요. 데리고 갔는데 어머님들 앞에서 어떻게 애들 그냥 놀게 합니까. 클럽감독 입장에서는 한명이라도 좀 방송에 나오는 경기에 뛰게 해야지요. 그래서 전반전에는 2진위주로 내보내고 후반에 정예멤버를 내보냈어요. 그래서 전반에는 좀 골을 먹었고, 후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3기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골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감독님도 거세게 항의하셨는데요.
그 당시 규칙위반이 골키퍼가 공을 던지고 다시 잡은 것이 문제가 됐었는데요. 과연 그것을 6-7세 애들이 축구하는데 불었어야 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단 지금 슛돌이에서 백패스 금지규칙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드로인 반칙도 당시는 잘 안 불었어요. (슛돌이 M: 김미옥 주심이 '풋볼 위클리'라는 잡지에서 백패스 금지규칙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플레이 시킨다고 한 것 같네요.) 심판이 아이들에게 백패스 금지규칙도 설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어려운 규칙은 불었는지 이해가 안 돼요. 축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규칙이 간단하기는 하지만 아이들 수준에서는 어려운 규칙이 많습니다.
당시 간접프리킥이 주어졌는데 일단 간접프리킥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당연히 선수출신들은 알지요. 그러나 어린이들이 수신호로 직접프리킥인지 간접프리킥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도자로서 가르쳤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6-7세 어린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또래의 아이들은 직접프리킥과 간접프리킥의 차이점도 이해하기 매우 힘듭니다. 당시 간접프리킥이 선언되었지만 아이들은 페널티킥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 정도 거리라면... 어른들도 페널티킥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도 감독님은 아셨을 텐데 왜 벽을 쌓으라고 주문하지 않으셨나요?
당시 벽을 쌓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어요. 게다가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거리가 엄청 떨어져 있어서 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당시 심판판정에 대해서 많이 실망하셨겠군요.
축구를 하다보면 항상 만족스러운 판정이 나올 수는 없는거지요. 당시에는 많이 아쉬웠었지만, 그렇다고 심판을 불신한다던가 하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당시 기억나는 이야깃거리 라고 생각하고있어요.
아, 그렇군요. 솔직하고 깊이 있는 얘기 감사드립니다.
불쑥 찾아간 슛돌이 M을 환영해 주었던 이정국 감독과의 인터뷰는 내내 진지하고 솔직하게 진행되었다. 축구교실의 실내 축구장 마련을 ‘내집 마련’보다 더 기뻐했다는 그의 헌신적인 모습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을 위한 감독 및 구리주니어 코치진의 열정적 모습에서 우리는 구리 주니어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헌신’과 ‘열정’, 2008년 1월, 우리가 본 구리 주니어의 모습이었다.
최종수정 : 2008.02.05 17:25
[슛돌이M | 장훈일 / 사진=류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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