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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슛돌이'를 만드는 사람들. 선수들과 감독, 코치가 경기를 만들고 중계진이 양념을 친다면, 경기가 본래의 제 맛을 내게 하는 이는 바로 심판일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판','날아라 슛돌이' 1기, 2기, 3기 모두를 함께 해온 김미옥 심판을 만나러 가는 길. 오늘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슛돌이 M' 마감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루어진 귀중한 만남이라 마음은 무척 설레었다. "운동하는 사람치고 부정적인 사람 없다."는 얘기가 있다. 오전에 조기 축구회에서 축구를 하시고 왔다는 김미옥 심판은 건강하게 밝은 웃음으로 슛돌이 M 운영진을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슛돌이 M’입니다. 생소하실 거 같은데, 슛돌이 서포터즈 카페에서 내는 잡지거든요. 1호가 나왔는데 혹시 보셨나요?

김미옥 심판 : 아유, 아직 못 봤네요. 제가 컴퓨터, 인터넷을 잘 안하는 편이라 오늘 가서 당장 봐야겠어요. (웃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국제 심판 자격증을 땄다고 들었습니다.

중, 고등부 축구 심판 보고 본업에 충실했지요. 아저씨들하고 조기 축구회에서 축구도 하고.. 잘 지냈습니다. 국제 심판 자격증은 작년 초에 이미 시험 봐서 통과된 거구요.


축구 선수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또 여성이 축구 심판을 한다는 것도 특이한 일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축구인의 길에 들어서시게 된 거에요?

아, 저 같은 경우 참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시작했는데요. 원래는 생각이 없었죠. 제가 원래 운동을 잘 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부르시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해서 갔더니 서울 현대고에서 이번에 여자 축구부를 창설한다고 생각있는 학생들 오디션 보러 오라고 공문이 온 거에요. 그래서 선생님이 추천을 하겠다고 하시는데, 처음에는 ‘웬 축구?’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농구를 할까 생각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생각 해 보니 좋을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님이 찬성을 해 주셨죠. 아버님은 ‘여자가 무슨 축구냐?’하면서 반대를 하셨는데 결국 밀어 붙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셨군요. 그런데 축구 선수에서 또 축구 심판으로 변신하셨잖아요? 어떤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네, 처음 현대고에서 축구를 시작 했을 때, 감독 선생님이 참 좋으셨어요. “내가 축구를 하면서 많이 맞았다. 너희들에게는 학원 스포츠 폭력 같은 거 하지 않겠다.” 저희들에게 손 한 번 안대셨어요. 그러기가 참 힘들거든요. 학원축구 문화에서는.. 그래서 고등학교 때, 편하게 축구를 했는데 대학교 때에는 좀 힘들었어요. 선배도 있었고 문화가 많이 달라서 힘들었죠. 그래서 2학년 때 축구를 그만 두었어요. 그 때 그만 두면서 결심한 게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축구의 ‘축’자도 돌아보지 말자는 거랑 또 하나는 절대로 달리지 말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왜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바뀌면 사람들 막 뛰어 가잖아요. 저는 뛰지도 않았아요. 달리는 것에 하도 물려서... 그랬는데 이제 그 때 ‘앞으로는 자격증 시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준비하고 그런 때였죠. 그러다가 우연히 모교 (고등학교)에 찾아 갔어요. 고등학교 때 감독 선생님은 안 계셨지만 다른 선생님을 뵈었는데 그 때 그 선생님이 ‘심판 자격증’을 따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주셨어요. 그 때 제 머리 속에 ‘아, 자격증!’ 이게 강하게 와 닿았지요.^^ 그래서 3급 자격증부터 준비해서 지금 국제 심판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습니다.


축구와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남편분도 심판이시고.. ^^

아, 그런데 제가 심판 수업을 들으면서 놀랐던 게 축구 규정이 선수 시절 알았던 것과 심판 수업 들으면서 배우는 거랑 다른 거에요. 오프사이드가 가장 민감한 거라서 오프사이드에 대한 수업이 60%정도 차지하고 다른 규정, 파울의 개념 등이 40%인데 선수 시절 알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러면 선수들이 항의하는 게 좀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죠. 공격수 위치에 있느냐, 수비수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게 느끼는 게 심판 판정인데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규정에 맞게 해야죠.


네, 그러면 이제 슛돌이 얘기로 들어가서 어떻게 슛돌이 심판으로 오시게 된 건가요?

아, 이것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죠. 원래 제가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게 ‘최수종의 골든볼’ 때 였어요. 방송이니까 좀 부드럽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주심을 여자 심판으로 하자고 했었나봐요. 그래서 방송국에서 대한축구협회로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그 때 전국 대회 배정이 끝나고 남아 있는 여자 심판이 저하고 어떤 분하고 둘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른 여자 심판은 키가 저보다 작고 너무 여성스러워서 남자들한테 묻히니까 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키 때문에 된 거에요 .^^ 그랬는데 골든볼 끝나고 몇 년 후에 슛돌이가 시작돼면서 또 대한축구협회에 심판 협조 공문이 왔습니다. 방송을 해봤던 제가 여러 모로 좋다고 판단되었는지 제가 하게 되었죠.


슛돌이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 볼 것 같아요.

(웃음) 그렇죠. 슛돌이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집 앞에 있는 슈퍼에 뭐 좀 사러 가려고 슬리퍼 질질 끌고 머리며 옷이며 그냥 편한 대로 하고 갔는데, 중학교 남학생 세 명이 '슛돌이 심판' 아니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제가 그 몰골이었는데 같이 사진까지 찍자고 하길래, “얘들아 오늘은 날이 아니다.” 하면서 보냈죠. ^^


난감하셨겠어요. 슛돌이에 출연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요?

잃은 건 별로 없어요. 주위에서 국제 심판이 유아들 심판 보면 뭐 다른 경기 심판으로 뛸 때 지장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해 주시는데 별로 큰 문제는 없어요. 국제 심판으로서 더 큰 경기에 배정받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지만 슛돌이 영향이라고 생각하진 않고요. 오히려 심판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고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그리고 슛돌이를 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슛돌이가 한국 축구 문화에 크게 일조를 했다는 거에요.


어떤 점에서 슛돌이가 한국 축구 문화에 일조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슛돌이 이전에는 미취학 아동이 축구를 한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초등학생이나 되서야 방과 후 교육 같은 거라든가 학원축구가 있으니까 생소하지 않았는데 미취학 아동까지는 생각을 못했었죠. 지금은 미취학 아동의 축구 클럽이 얼마나 많아요. 1기 2기 3기 거치면서 유소년 클럽이 커 가는 거 보면 정말 슛돌이가 학부모들이나 축구인들의 인식을 얼마나 많이 바꾸어 놓았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슛돌이 M : 맞아요. 정말 슛돌이가 이 나라의 축구 시스템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거의 새로운 산업 영역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유소년 클럽 취재 가면 슛돌이 때문에 회원이 많이 늘고 슛돌이 덕을 많이 보았다고 해요. 그래서 슛돌이 폐지 같은 우려들이 답답한 거죠. 대한 축구 협회에서 지원 안하나 이런 항의도 있었구요. (아, 제가 너무 흥분했나요? ^^ 다시 슛돌이 얘기로 들어가 볼게요.)


아무래도 유아들이라 심판을 보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유아들의 축구에서 심판을 볼 때 특히 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많이 어렵죠. 일단 규칙들을 잘 모르니까 1기 할 때는 정말 스로인이나 파울부터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서 했어요. 그래서 이제 슛돌이 애들은 괜찮은데, 문제는 상대팀이 항상 바뀌니까 항상 제가 가르칠 수가 없어서 백패스 같은 규정은 제작진과 협의해서 없앴죠.
 

유아들 경기에서도 분위기가 과열되는 경우에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가 심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드시고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정말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언제나 50 대 50 으로 심판을 봤어요. 슛돌이 애들이라고 더 봐주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나 코치 분들이 항의를 심하게 하는 경우에는 다 축구하는 사람들이고 축구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인데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해요. 축구인들이 승부욕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그렇다고 이해하죠. 나중에 경기 끝나고 얘기하면 풀리기도 하고... 선수들이 항의하는 경우에는 경기 중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 선수들이 이해를 하는데, 정말 힘든 건 관중들이 항의할 때죠. 지난 2기 양구 대회에서 있었던 일인데 슛돌이와 상대팀 경기에서 아마 상대팀 학부모였는지 계속 “6대 7로 경기하냐? 심판 좀 똑바로 봐!” 이런 항의를 하시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관중이시니까 제가 하나 하나 설명할 수도 없잖아요.


슛돌이 1기, 2기, 3기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방송에 나오지 못한 에피소드나 재미있는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저는 1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기 승준이 경우는 기분파라서 기분에 따라 잘 막기도 하고 못 막기도 하는데, 어느 날은 정말 기분이 업되어 있는 거에요. 그 날 선방을 많이 했죠. 그렇게 웃는 모습 보니까 정말 저도 덩달아서 기쁘더라구요. 아, 또 있어요. 최승돈 아나운서의 아들 규호가 차범근 축구교실 팀으로 출전하던 때였어요. 최승돈 아나운서가 저를 외진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잘 봐주세요~”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뭐 해주실 건데요?”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렇게 외진 곳으로 끌려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웃음)


최승돈 아나운서도 농담을 잘하시네요? 최승돈 아나운서나 이병진 씨는 어때요?

두 분은 정말 슛돌이에 대한 고민도 많으시고 애정도 많으시죠. 소탈하시고 정말 재밌으신 분들이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방송에서 슛돌이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셔야 하니까 시청률이나 그런 면에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슛돌이가 방송 프로그램이니까 재미를 주어야 하잖아요? 3기 때는 애들이 너무 잘하니까 상대팀하고 점수차가 많이 벌어져서 방송에 재미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고민이 많았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4기는 3기와는 조금 다르게 완성형이 아니라 성장하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게 팀이 꾸려졌으면 하네요.


1기, 2기, 3기 각각의 특징이 있다면요?

1기는 정말 축구에 있어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하나 하나 가르치면서 했으니까요.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승리도 하고 팀으로 만들어 지는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2기는 배워 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고 3기는 정말 완성된 팀이라고 할 수 있죠. 너무 잘했으니까요. 1기 아이들은 저를 부를 때, '아줌마'라고 했어요. 민호만 '선생님', '심판님' 이렇게 불렀죠.(웃음)


'아줌마'라구요? 정말 재미있네요. 그럼 2기와 3기 아이들은 어떻게 불렀나요?

2기 아이들은 저한테 '저기요~' 이랬어요.(웃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한 명이 '저기요’ 이렇게 하니 애들이 다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그리고 3기는 '선생님', '심판님' 이렇게 불렀어요.


슛돌이 아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슛돌이는 누구인가요? 모두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특별히 콕 집어서 말씀해주세요.

음.. 성우하고 강인이요. 성우는 정말 굉장히 뿌듯한 경우에요. 1기 때는 정말 말 그대로 천방지축이었거든요. 사람을 차는 건지 공을 차는 건지. (웃음) 그런데 이랬던 성우가 2기 때는 정말 달라졌어요. 리더가 된 거죠. 의젓해지고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고.. (슛돌이 M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런 거죠?) 그렇죠. 축구가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아이들이 자기만 알다가 동료를 알게 되고 배려하게 되고 그러면서 리더십이나 책임감, 협동심 이런 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강인이는 정말 신동이에요, 신동. 정말 잘 자라서 좋은 축구선수가 되기를 바라죠.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강인이가 체계적으로 교육을 잘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슛돌이 카페 회원들 중 특히 여자 초등학생 팬들이 축구모임을 가지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이 회원들 중에는 축구를 하고 싶은데 여자라 부모님이 반대한다는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축구 선수나 축구 심판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축구를 정말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의무감으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축구가 좋아서 해야 해요. 그리고 축구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정말 원하는 것인지, 미래에 어떻게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라면 부모님께 진지하게 말씀 드리세요. 쉬운 말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요?


그럼 반대하시는 부모님들께도 한 말씀 해 주세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옛날에는 가난하고 공부 못 하는 애들이 하는 것이 축구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돈 뿐만 아니라 머리가 좋아야 축구를 할 수 있어요. 박지성, 이영표 선수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구요. 그리고 선수를 하겠다는 문제 외에 그냥 체력을 기르는 차원에서도 축구가 좋아요. 요즘 아이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또 여가시간에는 컴퓨터만 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비만인 아이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축구를 하면서 즐겁게 뛰어다니면 체력도 길러지고 집중력도 높아지고 좋습니다.


슛돌이 또래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중요시해야할 게 무엇일까요?

기본기죠. 기본기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슛돌이 M : 기본기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정신적인 측면에서부터 패스, 드리블 등의 기본자세를 말하는 거에요. 강인이를 보면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어요.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개인기를 할 수 있고 개인기를 할 수 있으면 자신있게 축구를 할 수 있거든요. 무엇이든 기본을 잘 닦아놓아야 해요.


슛돌이 4기가 출범되었는데요. 심판으로 또 만날 수 있나요?

저는 얼마든지 하고 싶죠. 아마 슛돌이 4기에서 또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꼭 만나 뵙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축구는 정말 그냥 축구에요. 그냥 축구 그 자체로 보아야지 어떤 의도가 있거나 하지 않거든요. 축구를 즐기면서 보아 주셨으면 해요.


오랜 시간 인터뷰 해주시고 많은 이야기 들려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슛돌이M | 진경 / 사진=류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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